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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 실전 : 편의점 & 카페

[41화] 우리 가게엔 꼬리 치며 안부를 묻는 단골이 산다

by 올해빙 2026. 2. 19.
편의점 문턱을 사람보다 먼저 넘던 코 끝, 카운터 안으로 들어와 엉덩이를 붙이던 단골 댕댕이들. 세 마리의 친구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반려인으로서, 그리고 사장으로서 나누는 뭉클한 이별 기록.



📍 오늘 나눌 이야기

  • 산책의 정거장: 주인보다 먼저 사장님 안부를 묻는 댕댕이들
  • 엉덩이의 신뢰: 카운터 안쪽까지 허락된 아주 특별한 유대감
  • 예고 없는 이별: "사장님, 우리 애 보냈어요"라는 먹먹한 고백
  • 남겨진 시선: 낮은 곳을 훑는 습관과 반려인으로서의 공감

1. 사람보다 코가 먼저 마중 나오는 가게

우리 가게 문턱은 사람보다 먼저 코부터 들이미는 단골들이 점령하곤 한다. 편의점 자동문이 열리면, 정작 물건을 살 견주보다 0.5초 먼저 검은 코끝과 쫑긋한 귀가 불쑥 나타난다.


이 녀석들은 단순히 주인을 따라오는 게 아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카운터 안쪽의 나를 확인한다. 내가 눈을 맞추고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안심했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산책의 다음 코스로 발을 뗀다. 어떤 녀석은 내가 보이지 않으면 문턱을 넘지 않고 버틴단다. 녀석들에게 나는 '간식 주는 아저씨' 혹은 '산책길의 통행료 같은 인사'를 나누는 존재인 셈이다.

벚꽃이 흩날리는 시내 거리, 편의점 앞을 여학생과 함께 신나게 뛰어가는 카라멜색 말티푸의 뒷모습
주인의 걸음보다 언제나 반 발자국 앞서며, 편의점 문턱을 가장 먼저 궁금해하던 녀석들의 활기찬 뒷모습이 그립습니다

 

🐾 사장님의 일기 한 토막

"오늘도 그 녀석이 왔다. 리드줄이 팽팽해질 정도로 앞장서서 오더니,
내가 '어이, 단골!' 하고 부르자마자 꼬리가 헬리콥터처럼 돌아간다. 사람 손님에겐 '알바생' 모드로 딱딱하게 굴다가도, 이 녀석들 앞에선 무장해제되고 만다."



2. 카운터 안쪽을 허락한 엉덩이의 무게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가던 세 녀석이 있었다. 그 녀석들은 견주가 커피를 고르거나 담배를 사는 동안 아주 자연스럽게 카운터 안쪽, 내 발치 옆으로 성큼성큼 들어온다.

보통 강아지들은 낯선 공간에서 경계하기 마련인데, 이 녀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내 다리에 자기 몸을 기대고는 슥 뒤돌아 앉는다. 짐승이 누군가에게 등을 보이고 엉덩이를 붙여 앉는다는 건, 자기 목숨을 맡길 만큼 신뢰한다는 뜻이다.

편의점 카운터 안쪽 공간에 사장님을 신뢰하듯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강아지와 그 강아지를 쓰다듬는 사장님의 손
이름을 부르면 당연하다는 듯 카운터 안쪽으로 들어와 엉덩이를 붙이고 앉던 녀석. 그 묵직한 신뢰의 온기가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등을 쓰다듬으면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묵직하고 따뜻한 촉감이 참 좋았다. "아유, 우리 단골 머리 깎았네? 예뻐졌네?" 하고 말을 걸면 녀석은 꼬리로 내 정강이를 툭툭 치며 대답을 대신한다.


그렇게 한참을 내 곁에 앉아 온기를 나누다가 내가 "자, 이제 가야지!" 하면 쿨하게 일어나 문쪽으로 향한다. 멀어지는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쟤들도 예뻐해 주면 저렇게 좋아하고 따르는데... 말 못 하는 짐승이라도 사람의 진심을 다 알고 있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찡해지는 것이다.


3. "사장님, 우리 애 보냈어요"

평화롭던 동네 편의점에 차가운 정적이 찾아온 건 지난해 봄이었다. 산책 줄 없이 혼자 들어오신 견주분. 늘 주인 품에서 킁킁대던 녀석이 안 보여 댕댕이 안부를 물으려는데, 견주분이 먼저 입을 떼셨다.


"사장님, 00이 기억나시죠? 어제 보내고 왔어요. 사장님이 너무 예뻐해 주셔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위로의 말을 건네야 하는데, 목구멍에 뭔가가 턱 걸린 듯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 역시 집에서 나만 기다리는 토이푸들과 살고 있는 반려인이기에, 그 '보냈다'는 짧은 말 뒤에 숨은 거대한 상실감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매일 아침 빈 밥그릇을 보며, 주인을 확인하던 녀석의 빈자리를 보며 얼마나 무너지셨을지 감히 짐작조차 하기 힘들었다.


뒤이어 다른 두 녀석의 소식도 들려왔다. 동네의 사계절을 함께 산책하던 그 녀석들이 하나 둘씩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따뜻한 노을빛을 받아 반짝이는 길가의 강아지풀 한 줄기
녀석들이 코를 박고 킁킁대던 길가의 강아지풀은 여전한데, 그 소란스럽던 발소리만 사라졌습니다.

 

4. 거창한 위로보다 깊은 침묵

나는 그분들에게 대단한 심리학자처럼 위로의 말을 건네지 못했다. 사실 어떤 말이 그 깊은 상실감을 채울 수 있을까. 그저 "고생 많으셨습니다", "거기선 아프지 않겠네요" 하며 같이 고개를 끄덕인 게 전부였다.


그분들이 굳이 나를 찾아와 이 소식을 전한 건, 아마도 자기 아이를 진심으로 예뻐하고 이름을 불러주던 이 공간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내 젖은 눈가를 보며 견주분들은 오히려 작게 미소 지으며 위안을 얻으신 듯했다. 내 아이의 마지막을 기억해 주는 타인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말 없는 위로를 주고받았다.

 

마무리:  여전히 낮은 곳을 먼저 봅니다

이제 편의점 자동문이 열려도 사람보다 먼저 들어오는 코끝은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문이 열릴 때마다 습관적으로 낮은 곳부터 훑는다. 카운터 안쪽 내 발치는 비어있지만, 이름을 부르면 금방이라도 꼬리를 치며 엉덩이를 붙여 앉을 것만 같다.


"잘 가라, 예쁜 녀석들아. 너희 덕분에 이 아저씨 마음이 참 따뜻했다."


오늘 퇴근길엔 우리 집 토이푸들 녀석을 더 꽉 안아줘야겠다. 녀석이 주는 온기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이 모든 만남이 기적 같은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 사장님들, 여러분의 가게에도 '꼬리 치는 단골'이 있나요?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묵묵히 곁을 내주던 짐승의 온기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오늘 여러분의 곁을 지키는 소중한 존재들에게 따뜻한 인사 한마디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공감과 댓글은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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