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가족의 곁으로 떠난 명절 당일, 텅 빈 도심에서 홀로 불을 밝히는 편의점. 그곳에서 만난 '꼬마 빌런'들과 손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6년 차 사장이 느끼는 '서울의 섬'지기 기록.
📍 오늘 나눌 이야기
- 정적 속의 빛: 텅 빈 서울 거리, 나홀로 섬이 된 편의점의 풍경
- 명절의 위로: "사장님, 오늘도 일하세요?" 그 말 한마디의 무게
- 지갑 털이범: 세뱃돈의 1차 소비처,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유쾌한 결탁
- 명절의 비상구: 명절의 흥을 이어주는 안주와 술의 전쟁터
1. 텅 빈 서울, 홀로 섬이 된 편의점
명절 당일의 서울은 생경하다. 그 시끄럽던 경적 소리도, 바쁜 걸음도 사라진 도심은 마치 거대한 진공청소기가 한바탕 휩쓸고 간 듯 정적만 감돈다. 불 꺼진 상점들 사이에서 내가 운영하는 편의점의 60W 형광등 불빛만이 유독 날카롭고 환하게 밤을 가른다.
💡[사장님의 속마음]
"명절 당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 때의 공기는 평소와 다르다. 차갑지만 맑고, 고요하지만 무겁다. 아내에게는 '금방 갔다 올게'라고 했지만, 사실 알고 있다. 오늘 하루 종일 내가 이 자리를 지켜는 동안, 누군가는 비로소 자신의 명절을 완성해 간다는 것을."

2. "사장님, 오늘도 일하세요?" (씁쓸하지만 따뜻한 위로)
카운터에 멍하니 서 있다 보면 손님들이 들어오며 툭 던지듯 묻는다. "사장님, 오늘도 일하세요? 알바 시키시지. 피곤하실 텐데..."
그 말 한마디에 담긴 걱정이 참 고맙다. 하지만 속마음은 조금 복잡하다. "저도 그러고 싶죠. 근데 명절엔 알바생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손주인데, 보내줘야죠."라고 웃으며 넘긴다. 사실 남의 손에 맡기기보다 내가 지키는 게 마음 편한 '자영업자 병'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혼자 전을 부치고 있을 와이프 생각을 하면 가슴 한구석이 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할머니, 편의점 사장님 안 좋은 일이 있나 봐. 얼굴이 되게 안 좋아."
지난겨울, 독한 감기로 보름 넘게 고생하며 카운터를 지키던 내게 한 꼬마 손님이 남기고 간 말이다. 나는 그저 이 공간의 배경인 줄로만 알았는데, 누군가에게는 나 역시 자신들의 일상을 구성하는 소중한 풍경의 일부였음을 깨닫는다.
3. 할아버지 지갑 털러 온 '꼬마 빌런(? )'들
명절 편의점의 꽃은 단연 '손주 부대'다. 평소엔 "안 돼!"라는 엄마 아빠의 호통에 움츠러들던 아이들이, 오늘만큼은 든든한 백을 등에 업고 당당하게 입장한다.
허허 웃으며 "우리 강아지들, 더 골라라!"라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뒷모습. 편의점 카운터는 그렇게 세뱃돈이 가장 먼저 풀리는 '대한민국 1차 소비처'가 된다. 아이들이 휩쓸고 간 매대는 엉망이 되지만, 그 북적거림 덕분에 텅 빈 서울의 적막함이 잠시 잊힌다.

4. 술과 안주, 그리고 긴급구호물자
밤 10시가 넘어가면 2차전이 시작된다. 친척들끼리 모여 앉아 한잔하다가 술이 떨어진 삼촌들의 급박한 발걸음이다. "사장님! 소주 한 박스 남았나요? 마른안주 큰 거로 다 주세요!"
문 닫은 대형마트 대신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이들에게 우리 편의점은 단순한 가게가 아니다. 끊길 뻔한 명절의 흥을 이어주는 '긴급구호소'이자 '마지막 비상구'다.
'피곤함보다 안도감이 먼저 찾아오는 밤"
5. 다시 일상을 준비하며
피곤함과 미안함이 뒤섞인 명절 근무지만, 누군가는 이 섬을 지켜야 한다. 내가 열려있기에 누군가는 소화제를 찾고, 누군가는 조카의 웃음을 사고, 누군가는 술잔을 다시 채운다.
비록 물집 잡혔던 발이 다시 욱신거리지만, 이 작은 불빛이 누군가에게 안도감을 준다는 자부심으로 나는 다시 신발 끈을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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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문을 여는 순간, 누군가는 '왕'이 되어 들어오고 누군가는 '천사'가 되어 나갑니다. 사장의 멘탈을 들었다 놓았다 했던 역대급 손님들의 현장 기록!"